물리학은 수학을 이용해 자연을 기술하려 하고, 당대의 수학이 자연을 기술하는데 적합하지 않을때는 심지어 새로운 수학을 도입하면서까지 애를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그러한 인간따위에는 애초에 관심도 없다는듯 우리의 수학을 비웃곤 한다.
아인슈타인의 꿈을 쫓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자연 전체를 관통하는 간결한 수식을 찾고있지만, 어쩌면 뉴턴이 예전에 그랬듯이 누군가 새로운 수학을 만들어 내지 않는한, 수식은 날로 지저분해질 것 만 같다.
다행스럽게도 그나마 나름 깔끔한 분야가 바로 전자기학이다.
그 계산의 악명높음은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면, 그 이론적 정갈함은 실로 아름다워서, 전자기 이론 역시 물리학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실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이다.
쿨롱의 법칙
전자기학을 하게되면, 첫번째 만나게 되는 법칙은 쿨롱의 법칙이다. 힘의 크기만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즉, 두 전하가 서로에게 작용하는 힘의 크기가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하고, 각 전하량에 비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번더 강조하지만 이것은 실험법칙이다. 즉, 실험으로부터 추론한 "가설"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공리로 채택한다.
가끔 가우스법칙으로부터 쿨롱의 법칙을 유도한후에, 쿨롱의 법칙이 무조건 맞을수 밖에 없는 법칙인것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가우스법칙은 flux가 보존되는 filed에 대해서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즉, 애초에 전기력이 소위 역제곱법칙이 아니라 거리에 반비례하는 힘이었다면 전기장에 대한 가우스법칙도 성립하지 않게된다.
아무튼, 쿨롱의 법칙은 비례식이므로, 비례상수에 대한 자유도가 남아있다. 일단 비례상수를 k 라고 두자.
이제 생각해볼것은 이 비례상수 k를 어떻게 둘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처음 전자기학을 배울때, 그것도 처음으로 등장하는 법칙에서, 비례상수를 뜬금없이 k = 1/4πε
0 로 두는 괴팍스러운 짓을 경험했을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교과서의 말투는 마치, "이렇게 놓은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였는데, 나는 저러한 타입의 진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 그럼 이제 되물어 보자. k는 반드시 1/4πε
0 이어야 하는가?
k 로 놓은 상태에서 이후의 논리전개를 보면, 가우스 법칙으로 k = 1/4πε
0 가 됨을 보일수 있는데, 사실 가우스법칙도 비례식이고, 특히, 솔리드앵글 한바퀴가 4π 이므로, 가우스법칙도 그냥 비례상수를 1/ε
0 로 놓은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식으로 가다보면 의문은 캐패시턴스까지 가서야 해결된다.
그런데 캐패시턴스에서 비례상수로 채택한 ε
0 가, 사실은 캐패시턴스에 대한 그 비례식이 근사식임을 지적함으로써, 상수로서의 입지가 상당히 애매해져버린다. 결과적으로, 가우스법칙의 비례상수로 정하기로 하고 ( 그것도 역수꼴로 ;;; ) , 캐패시턴스에서의 비례식은 근사식으로 다룬다. 이렇게 문제가 해결되지만, 꼭 이렇게 까지 지저분한짓을 해야 하나 싶다.
그런데,
사실 이문제는 전하량 q 라는 물리량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와 본질적인 연관이 있다. ( 이 인사이트풀한 스테이트먼트는 제원호 선생님이 수업중에 언급하신것이다. )
사실 따지고 보면, 위의 비례식은 "역학 관계식" 이다. 즉, 힘과 거리에 관한 식인것이다. 다만 역학 입장에서는,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 모를 q 라는 녀석이 등장했을 뿐이고, 그것이 곧 전자기학의 시작이다.
역학적 입장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q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가지이다.
1) 녀석은 우리 역학적 개념들과 다른 전혀 새로운 녀석인것 같아. 아예 새로운 단위를 만들어주자.
2) 아직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봐야 녀석은 힘을 발생시키는 source중에 하나일 뿐이잖아.
게다가, 힘을 발생시키는 쏘스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지도 모른다구.
첫번째 태도를 취하면, 우리는 전하량을 독립적인 물리량으로 다루고, 새로운 단위 쿨롱(C)을 부여한다. 이것이 바로 MKSA 단위계 (SI 단위계) 의 관점이다.
반면, 가우시안 유닛 ( cgs 유닛중에 하나이다 ) 은 두번째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곧바로 비례상수 k = 1 (dimensionless) 이라고 놓아버린다. 아 이 얼마나 간단하고 편리한 방식인가!
따라서, 다음과 같다.
이제 q는 더이상 독립적인 물리량이 아니다. q 를 나타내는 단위의 차원은 다음과 같이 거리와 힘에대한 단위가 되고, 이 단위를 특히 esu 또는 stat C ( stat coulomb) 라고 부른다.
참고로, 환산관계는 1 C = 3 x 10
9 esu 이다.
즉, 요는, k는 정하기 나름이며, q의 단위도 정하기 나름인것이다. 표면적인 공식을 외우는것보다, 법칙 자체가 기술하는 "물리"가 무엇인지를 아는것이 더 중요한 이유이다.
마그네틱 쿨롱의 법칙 ( Magnetic Coulomb's law )
이번엔 자기력을 살펴보자. 자기력의 가장 간단하고 실제적인 느낌은 두자석이 당기는 힘이다. 재미있는건, 많은 교과서들이, 자기력을 이야기할 때, 전기장속을 날라가는 전하가 받는 힘이라는, 다소 실생활과 동떨어진 개념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자기력에 대한 기록이 기원전 5,6 세기 경부터 시작하니까, 전기장 속을 날아가는 전하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상당히 최근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친숙한 자석들이 밀고 당기고 하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자석은 알다시피 N극과 S극으로 되어있고, 두극은 서로 당기고, 같은 극끼리는 서로 밀어낸다. 이때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을 자기력이라고 한다.
전자기학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중에 하나는 마그네틱 모노폴, 즉, N극, S극이 혼자 존재할수 없는 것이다. 사실 N극 S극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미 모노폴적인 사고방식인데, 그렇다고 해서 N극과 S극 이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못할것은 없다.
자기의 경우, 다이폴로 존재하는데, 다이폴은 두개의 반대 성질의 모노폴이 얼만큼 분극되었느냐의 개념이다.
일렉트릭 다이폴을 예로들자면, +전하와 -전하를 겹쳐놓은 상태 (중성) 에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잡아당겨져 거리 L 만큼 떨어져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전하가 클수록 벌려놓기가 힘들고, 멀리 벌려져 있을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저장되어있다. 아무튼, 다이폴은 "모노폴의 크기x떨어져있는 거리" 로 정의한다.
자기의 경우도 N극을 + , S극을 - 로 하면 위와 마찬가지로 다룰수 있다. 그러면, 자석의 바깥영역에서 자기장은 +에서 나와 -극으로 들어가는 양태가 + -전하의 그것과 같다. 자석내부에 대해서는 일단 고려하지 말자. 우리는 그저 두개의 자석을 가지고 놀고 있을뿐이다.
이제, 각 자석의 쌍극을 충분히 멀리있도록 자석을 만들면, 서로다른 자석의 극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역제곱법칙을 만족한다. 이를 자기력에 대한 쿨롱의 법칙 (magnetic coulomb's law)이라고 한다.
역시, 비례상수를 써서 등식으로 바꾸자. 임의로 k
m 이라고 하자.
전하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는 k
m 의 선택 자체가, 마그네틱 모노폴 p에 대한 정의를 나타낸다.
즉, p 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으로 부터 k
m 을 선택하게 되고, 동시에 k
m 을 선택하는 것이 p를 정의하는 것이다.
참고로, 자기의 경우 전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따라서 전류의 정의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p의 개념도 달라지는데, 실험적인 정의를 다르게 하는 것 뿐 아니라, 수식적인 정의도 다르게 할 수 있다. 가령, I = dq / dt 로 정할 수도 있지만, I = dq / ( c dt ) 로 줄수도 있다. c는 광속이다.
p의 개념의 약간의 수정을 가하면, 마찬가지로 k
m 도 변하게 된다. 가령, 원형고리 라든가, 솔리드앵글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생각함으로써, mksa 에서, k
m 이 μ
0 , 4π μ
0 , μ
0 /4π 따위로 다양하게 선택될 수 있다.
가우시안에서는 ( 혹은 가우시안 중의 한 종류에서는... ) k
m = 1 로 놓음으로써, p 와 q 의 차원이 같게 만든다.
( 참고로, k
m 는 p 의 정의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암페어 미터를 사용한 초이스에 대해, k
m = k
2 α
2 이다. 여기서 k
2 는 암페어 법칙의 비례상수이다. k
2 = k/c
2 임을 유도할 수 있다. α 에 대해서는 잠시후에 설명한다. 자세한것은 Jackson전자기학 참조 )
아무튼 가우시안에서는 k
m = 1 로 놓음으로써, p 와 q 의 차원이 같아지고, F/q = E , F/p = B 와 같은 정의를 도입하면, E와 B가 같은 차원을 갖게 만들수 있다.
mksa 단위계에 살펴보기 위해, 물리법칙으로 "마그네틱 다이폴은 전류고리에 비례한다" 를 사용하자.
전류고리와 마그네틱 다이폴 사이의 비례상수를 α 라고 놓자.
mksa 에서는 α 를 간단히 1 로 놓고, 가우시안에서는 α = c 로 놓는다.
즉, mksa에서는, 가우시안 단위계와는 달리, p의 차원이 q의 차원에 속도차원이 곱해진다.
일반적으로는, 마그네틱 모노폴 p 에 대해, [p] = [v/α] [q] 이다. 여기서, [v]는 velocity 차원을 나타내고, [v] = [L] / [T] 이다.
따라서 E 와 B 에 대해서는, [B] = [ α / v ] [E] 가 된다.
아무튼, 이제, MKSA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의 차원을 분석해보면...
즉, MKSA 단위계에서, 자기장의 차원은 전기장의 차원을 속도로 나눈 차원이 된다. 실제로, SI 시스템으로, 진공중에 맥스웰 방정식을 풀면, 전자기파에서 E와 B의 관계는 B = E/c 이다. (c는 진공중 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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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몇몇의 나름 스탠다드한 단위계들에 대해서 각 비례상수의 셋팅을 살펴보자.
그전에 각 계수들에 다음과 쓰기로하자.
electric coulomb's law 에 쓰인 비례상수 k 를 k
1 이라고 하고,
magnetic coulomb's law 에 쓰인 비례상수를 k
m 이라고 하자.
암페어 법칙에 사용되는 비례상수를 k
2 라고 하자. ( 실제 암페어 식에서 2 k
2 로 나타내어지는데, 앞에 따로빼낸 2는 무한직선 도선의 적분과정에서 튀어나온다.)
이것은 k
1 / c
2 과 같다.
마그네틱 다이폴과 전류고리사이에 비례상수를 α ( Ampere's law 의 단위길이당 자기력 f 에서 B를 정의할때의 비례상수와 같다.)
이것은 로렌츠포스에 대한 펙터에서 역수로 작용한다.
또한 마그네틱 다이폴과 전류고리 사이의 비례상수는 패러데이식과도 관련이 있다.
패러데이 식의 비례상수를 -k
3 라고 하면, k
3 는 α 의 역수임을 보일 수 있다. 또한, k
m 은 k
2 α
2 이다.
위에 나온 cgs 단위계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esu 단위계에서는 쿨롱상수 k
1 을 1 로 놓는다. α 도 1로 놓는다.
2. emu 단위계에서는 k
2 를 1로 놓고, α 도 1 로 놓음으로써, 마그네틱 쿨롱상수 k
m 을 1로 놓는다.
3. 가우시안 단위계에서는 esu 와 마찬가지로 k
1 을 1 로 놓는데, 대신 α 를 c 로 놓는것이 다르다. 이로써, 두가지 쿨롱상수 k
1 과 k
m 을 모두 1로 놓는다.
4. 헤비사이드-로렌츠 단위계는 가우시안에서 k
1 과 k
2 를 4π 로 나눈다. α 는 그대로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