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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티 - 소나티네 op.36 3번 1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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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목적이 반은 진리탐구, 반은 폼잡을려고 하는 거라는 대수학 교수님 말씀처럼, 인간의 과시욕도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닌듯 하다. 하지만, 과시욕이 절반을 넘어가면 이때는 본질을 벗어나게 된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미술도 음악도 과시용이 아니다. 아니 조금은 과시용이어도 괜찮다. 뭐 어떤가. 그런데, 그게 전부여서는 곤란하다. 음악가의 이름과 작품명을 외우는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그게 본질을 가려서는 안된다.
과시를 하려들면 흔한것은 그만큼 가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였다. 산수좀 한다는 애들 사이에서 루트기호를 들고온 녀석이 있었다. 선행학습의 산물인 그녀석은 멋드러진 기호 하나만으로 다른 친구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 루트를 배웠을때, 누구도 루트따위로 어깨를 으쓱하는 일은 없었다. ( 선행학습이 과시용이라는 말은 아니다. ) 이때는 벌써, 정석을 수십번 봤다는 전설적인 애들이 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허수기호 i 정도는 꺼내줘야 먹혔던것 같다.

바이엘, 소나티네, 체르니가 음악교육의 공식으로 굳어지면서, 피아노 건반을 한번도 안만져본 사람들 조차도 익숙한 것들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흔해진만큼 가치역시도 평가절하되는 부분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물론, 좀더 남들이 모를것 같고, 매니아층에서나 알만한 음악가의 이름을 대면 좀더 유식해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흔하고 쉬워보이는 것을 무시하는 태도는 결국 음악에 대한 태도가 다분히 과시적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모차르트 음악은 좀 쉬워서요."

도대체 뭐가 쉽다는 것인지...음악을 전공한 사람들 중에 모차르트가 쉽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거장들은 모차르트 곡을 어려운 음악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 ( -_- 못하면 망하고, 잘해도 별로 티가 안나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 ) 모차르트가 저정도인데, 클레멘티 소나티네라니... 연주 앞부분에 사람들이 웃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임동혁은 관객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사람들의 웃음속에서 임동혁의 연주는 계속된다. 엄청난 스피드와 정확성. 물흐르는 듯한 기교. 시시각각 숨졸이게 만드는 셈여림의 조화.  피아니스트는 연주로 말하다고 했던가. 나는 열마디 설명이 필요없이 순간 모든게 이해가 되며, 스스로의 음악에 대한 태도를 반성하고 있었다.

그것은... 소나티네였다.

"피아노의 숲" 대사 중에 "너의 음악을 하라"는 부분이 있다. 나의 음악을 하는 경지란 저런거구나.
그건 그렇고, "리미트" 구나.... 임동혁 싸인은.